연말이 되면 각종 모임과 회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음주 횟수도 증가합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축하하는 자리가 많아지는 만큼, 우리 몸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의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물질의 대사와 해독 작용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로도 알려져 있어,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달의 건강정보에서는 연말을 맞아 간의 역할과 주요 간질환, 그리고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천 가능한 생활 수칙들을 알아보겠습니다. 한 해 동안 쉴 새 없이 수고한 간에게 잠시 휴식을 선물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간의 역할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성인의 간 무게는 약 1.2~1.5 kg입니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있는 간은 에너지 대사, 해독, 영양소 저장 등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1) 탄수화물 대사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흡수됩니다. 간은 혈액 속 포도당을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했다가, 에너지가 필요할 때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하여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2) 아미노산과 단백질 대사
간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뒤, 이를 이용해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단백질을 합성합니다. 특히 혈액 응고와 면역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도 만들어냅니다.
3) 지질과 콜레스테롤 대사
간은 지방을 분해하고 합성하며, 콜레스테롤을 생성하고 조절합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자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과도하게 많으면 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간의 조절이 중요합니다.
4) 비타민의 저장과 활성화
간은 비타민 A, D, E, K와 같은 지용성 비타민과 비타민 B12를 저장합니다. 특히 비타민 D를 활성 형태로 전환하여 뼈 건강과 면역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5) 담즙 생산과 분비
간은 하루 약 500~1,000 mL의 담즙을 만들어 담낭에 저장합니다. 담즙은 음식 속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고,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6) 해독 작용
간은 알코올, 약물, 체내에서 생성된 독성 물질을 덜 해롭거나 배출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간과 관련된 주요 질환
1) 알코올 간질환
알코올 간질환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간 손상을 말합니다.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 간세포를 손상시켜 생깁니다.
과음이 반복되면 간세포에 지방이 쌓여 지방간이 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금주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알코올 간염으로 진행되고, 더 나아가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간암 발생 위험도 증가하게 됩니다.
소주 1병 정도를 주 2회 이상 마시는 것은 고위험 음주에 해당합니다. 술을 매일 마시는 경우 간이 회복할 시간이 없어 더욱 위험합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낮아 같은 양을 마셔도 더 심한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루 두 잔 이하의 음주는 괜찮다'라고 여겨지던 인식이 바뀌면서, 담배처럼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절주'보다 '금주'를 권장하는 추세입니다.
2)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질환입니다. 최근 식습관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태에서 음주를 계속하면 간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방이 쌓인 정도라면 대부분 경과가 양호하지만, 염증이 동반된 지방간염으로 진행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치료의 기본은 체중 관리입니다. 6개월 동안 현재 체중의 약 10%를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급격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균형 잡힌 저칼로리 식단과 함께 주 3회 이상, 1회 60~90분 정도의 중간 강도 운동(예: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을 꾸준히 실천하면 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3) 간염
간염은 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하며, 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자가면역질환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바이러스 간염 중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며 급성으로 나타나지만, 만성으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반면 B형과 C형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며, 만성으로 진행되어 간경변증이나 간암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정기적으로 간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C형 간염의 경우 진단되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정기적으로 간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A형과 B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B형과 C형 간염은 조기 진단과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중요합니다.
4) 간경변증
간경변증은 간염, 과도한 음주, 비만 등으로 인한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간세포가 손상되고, 그 자리를 딱딱한 섬유 조직이 채워 간이 굳어지는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되면 황달, 복수, 부종, 식도정맥류* 출혈, 간성뇌병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6개월마다 상복부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포함한 정기 검진이 필요합니다.
이미 진행된 간경변증은 완전한 회복이 어렵지만, 원인이 되는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금주, 균형 잡힌 식사, 염분 조절,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식도정맥류: 간이 굳으면서 혈류가 원활하지 못해, 피가 식도의 혈관으로 우회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
** 간성뇌병증: 간 기능이 떨어져 해독되지 못한 독성 물질이 혈액을 타고 뇌로 이동해, 의식 저하나 혼돈 등의 신경 증상을 일으키는 상태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 수칙
1) 간염 검사와 예방접종하기
우리나라에는 자신이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국가건강검진이나 의료기관에서 간염 검사를 받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며, A형 간염도 항체가 없는 성인의 경우 백신 접종이 권장됩니다. 특히 만성 간질환자, 의료종사자, 해외여행이 잦은 사람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2) 술과 불필요한 약 삼가기
간 건강을 위해서는 금주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간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소량의 음주도 삼가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한다면,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고, 일주일에 최소 2~3일은 금주일로 정해 간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약물 복용은 피해야 합니다. 건강을 위해 복용하는 경우라도, 각종 제제를 과량으로 섭취하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음식은 골고루, 현명하게 먹기
건강한 간의 기본은 올바른 식습관입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양질의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하고, 가공식품이나 고지방 음식, 고당분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하며, 야식이나 폭식은 가능한 한 피합니다.
4)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최소 30분 이상 운동하기
꾸준한 운동은 체중 관리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이 되어 지방간 예방과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실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운동 강도와 시간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게 조절하되,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5) 간질환 환자는 적어도 6개월마다 검진하기
만성 간질환이나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6개월마다 상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간 기능 검사, 알파태아단백† 등)를 통해 간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크므로 검진을 미루지 말고, 이상 소견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알파태아단백: 간암 등 간세포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에서 측정하는 단백질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평소 생활습관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연말에는 모임과 회식이 많아지지만, 올해 수고한 간이 무리하지 않도록 잠시 쉬어갈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금주 또는 절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정기적인 검진을 실천하면 내년에도 건강한 간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간 건강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나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료=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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